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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11.

iOS 26의 리퀴드 글래스, 고소당하지 않을까?

iOS 26의 리퀴드 글래스, 고소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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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UX

영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UX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친구에게 재미있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회사 고소당했어"

연유를 묻자 서비스중인 프로덕트의 일부 UI에서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의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WCAG는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으로 W3C 라는 단체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목적은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지침이라고 볼 수 있다.

WCAG는 가이드라인의 초반부에 이렇게 말한다. "이 지침을 준수하면, 전맹과 저시력, 난청과 청각장애, 운동장애, 언어장애, 광과민성, 그리고 이러한 장애의 조합뿐만 아니라 학습장애와 인지장애를 위한 약간의 조절을 포함하여 훨씬 더 광범위한 장애인들을 위한 보다 더 접근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 WCAG에 강제성은 없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벌금을 내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근무하던 회사는 고소당했다. 왜 그런걸까? 이는 미국 장애인법 ADA가 WCAG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미국 장애인법)에는 공공시설과 서비스가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도 이런 공공 서비스의 일환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법 조문 자체에 WCAG가 명시되어있지는 않지만 법무부 가이드라인에서는 WCAG 2.0/2.1 준수를 기준으로 판단한 판례가 있어 WCAG가 기준처럼 사용되는 상황이다.

장애인 당사자 혹은 단체가 “접근이 불가능해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ADA 위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한 합의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절이 있었다.

국내는 어떨까?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접근성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소송을 받은 케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마음먹고 고소만 한다면 미국과 동일하게 처리될 수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국가정보화기본법」 등에서 공공기관, 대학교, 일부 민간기업(예: 일정 매출 이상)은 의무적으로 웹 접근성 준수 대상으로 설정되어있고 미준수 시 과태료, 시정명령, 민원 제기 등도 가능하고, 심하면 민사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WCAG 지침은 무엇인가?

실무에서 가장 신경쓰는 WCAG 가이드라인은 '텍스트와 백그라운드의 대비'이다. 말 그대로 텍스트가 얼마나 잘 보이는지 시인성에 대한 항목으로 Stark와 같은 각종 플러그인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손쉽게 대비를 확인할 수 있다. AA 레벨을 넘겨야 시인성이 충분히 좋은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WCAG 가이드 예시

애플의 iOS26, WCAG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는가?

이번 애플에 발표에 이은 공식 Newsroom 아티클에서 애플은 이렇게 말한다.

시스템 전반에 걸쳐 개인 맞춤 읽기 경험을 제공하는 Accessibility Reader, 점자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iPhone 기기를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인 Braille Access 등 강력한 손쉬운 사용 기능들도 추가된다. 실시간 듣기, 배경 사운드, 개인 음성 등 다양한 기능들도 업데이트되면서 Apple 생태계를 아우르는 새로운 차원의 손쉬운 사용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손쉬운 사용'으로 번역된 Accessibility는 결국 접근성인데 이런 저런 다른 기능으로 접근성을 끌어올렸다고 말하고 있다. 업데이트 후의 반응을 살펴봐야겠지만 일단 시각적으로는 우려가 크다.


리퀴드 글래스. 유리라는 이름을 단 순간부터 투명도는 기본값이 된다. 뒷면이 비치는 디자인은 백그라운드에 따라 가독성이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시력이 좋지 않지만 여전히 시각을 핸드폰 사용에 주 감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한 상황이다.


애플이 정말로 접근성을 무시해서 고소의 빌미를 주었을 리는 없다.

애플정도의 회사가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할리는 절대 없다고 믿는다. 분명 명시성을 높인 세팅을 지원하거나 혹은 미친듯한 연산으로 백그라운드에 따라 리퀴드 글래스의 질감이나 색상을 바꿔 모든 텍스트가 WCAG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도록 개발했을 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대놓고 약자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여 트럼프에 눈에 들겠다는 큰 꿈을 꾸고있을….리도 없다.

심미적 요소만 가지고도 이래저래 설왕설래가 많은데 여기에 개발자들은 질감구현을 위한 연산 + 디자이너들은 접근성에 대한 이슈로 이래저래 실사용성에서는 모두가 걱정하는 업데이트다. 이 모든 문제들을 애플이 어떻게 해결했을지 빨리 뚜껑을 열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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