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클 목록으로 돌아가기

Project
Tag1
Tag2
39만 명이라는 숫자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레이캬비크에서 링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가는 길, 한 시간 넘게 마주 오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문득 궁금해서 검색했다. "아이슬란드 인구".
39만 명.
그 숫자를 보고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39만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이 텅 빈 도로가 정상인지 아닌지. 다시 검색했다. "한국 인구". 5,100만. 계산기를 켰다. 0.76%.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절대값은 정보를 주지만 이해를 주지는 않는다. 이해는 비교에서 온다. 그런데 검색 결과는 늘 절대값만 준다. 위키피디아도, 구글 답변 상자도, 여행 블로그도. 자기 나라와 비교하는 건 언제나 사용자의 몫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노트에 적었다. "국가 정보를 자동으로 내 나라와 비교해주는 사이트."
AI에게 무엇을 맡길 것인가
돌아와서 처음 한 일은 코딩이 아니라 AI와 PRD를 쓰는 것이었다.
이게 예상보다 중요했다. 처음엔 "국가 비교 사이트 만들어줘"라고 했는데, 돌아온 결과물은 그럴듯하지만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도 정확히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사용 시나리오를 먼저 썼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 "아이슬란드 인구"를 검색한다. 검색 결과에 이 사이트가 나온다. 클릭하면 아이슬란드 정보가 한국과 비교된 도표로 뜬다.
이 한 문단이 이후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됐다. AI에게 무언가를 만들게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려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하는 일이었다.
PRD를 함께 다듬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AI는 내가 놓친 제약을 찾아낸다. "사용자 나라와 비교"라는 요구사항을 넣자, AI가 문제를 제기했다. 검색엔진 크롤러는 개인화된 화면을 볼 수 없다. 사용자마다 다른 HTML을 주면 위험하다. 그래서 정적 HTML과 개인화 레이어를 분리하는 구조가 나왔다. 나 혼자였으면 한참 뒤에 깨달았을 문제다.
하지만 판단은 내가 해야 한다. AI는 "이렇게 하면 이런 위험이 있다"까지 알려주지만, 그 위험을 감수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감수해야 할 이유는 내가 안다.
첫 번째 실패: 4만 페이지의 함정
프로그래매틱 SEO라는 접근이 있다. 데이터로 페이지를 대량 생성해서 롱테일 검색어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100개국 × 8개 언어면 국가 페이지만 800개, 국가 쌍 비교 페이지까지 하면 4만 페이지가 나온다.
숫자에 취했다. 4만 페이지면 뭐라도 걸리지 않을까.
배포 4주 차, 구글 서치 콘솔에 이상한 지표가 떴다. **"크롤링됨 - 현재 색인 생성 안 됨"**이 4개에서 200개로 늘었다. 구글이 페이지를 다 읽고 나서 "색인할 가치 없음"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유는 명백했다. 4만 개 페이지가 숫자만 다르고 구조가 100% 같았다. 사람이 보기에도 그랬을 것이다.
해결책은 직관에 반했다. 페이지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
실제 검색 노출이 확인된 조합만 남기고 나머지 수천 개를 색인에서 제외했다. 2,884개에서 400여 개로. 역설적이지만 색인 대상을 줄이면 남은 페이지의 평가가 올라간다. 사이트 전체의 품질 신호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회복 중이다. 구글은 아직 조용하다.
두 번째 발견: 사람들은 "vs"를 쓰지 않는다
구글이 막혀 있는 동안, 뜻밖의 곳에서 트래픽이 들어왔다. 네이버였다.
등록만 해두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하루 10명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검색어 목록을 열어본 순간,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했다.
<iframe src="https://whatsthepop.world/embed/compare/iceland-vs-south-korea/area" width="100%" height="420" frameborder="0" loading="lazy" title="아이슬란드 vs 한국 면적 비교"></iframe>
상위 10개 중 9개가 같은 형태였다. [국가] 면적 한국 비교.
영어권 사용자는 "vs"를 쓴다. japan vs korea gdp. 그런데 한국어 사용자는 vs를 쓰지 않는다. 지표를 두 번 반복하거나("일본 인구수 한국 인구수") "비교"를 붙인다. 나는 영어 패턴을 번역해서 페이지 제목을 만들고 있었다. 그게 검색어와 어긋나 있었다.
더 흥미로운 건 CTR 분포였다. 노출이 적을수록 클릭률이 높다. 필리핀 면적을 한국과 비교하는 페이지는 인터넷에 거의 없다. 그래서 네 명 중 한 명이 클릭한다. 반면 일본은 블로그가 많아 경쟁이 심하다.
검색어는 사용자의 멘탈 모델이 그대로 드러나는 데이터다. 이걸 인터뷰로 알아내려면 몇 주가 걸렸을 것이다.
만든 것
그렇게 나온 게 WhatsThePop이다.
국가 이름을 검색하면 자국과 비교된 정보가 나온다. 인구, 면적, GDP, 1인당 GDP, 종교 구성, 주요 산업, 월별 기온과 강수량, 시간대, 전압과 플러그 타입, 통행 방향까지. 여행하다 궁금해질 만한 것들을 모았다.
핵심은 모든 수치에 비교 문맥이 붙는다는 점이다.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약 39만 명으로, 대한민국(5,100만 명)의 0.8% 수준입니다.
면적은 두 나라 실루엣을 같은 축척으로 겹쳐서 보여준다. 월별 기온은 두 나라 그래프를 겹친다. 숫자를 읽는 게 아니라 형태로 파악하게 만들고 싶었다.
기술적으로는 몇 가지 원칙을 지켰다. 모든 페이지는 빌드 시점에 정적으로 생성된다. 런타임에 외부 API를 호출하지 않는다. 차트는 라이브러리 없이 순수 SVG로 서버에서 그린다. 자바스크립트가 꺼져 있어도 모든 내용이 보인다. 검색엔진이 완전한 콘텐츠를 읽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World Bank, CIA World Factbook, Open-Meteo, Natural Earth에서 가져와 분기마다 갱신한다. 각 페이지 하단에 출처와 수집 연도를 명시했다. 데이터 사이트에서 이건 법적 의무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일본과 한국 비교를 보면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총 GDP는 일본이 2.5배지만, 1인당으로 보면 두 나라가 거의 같다. 이런 반전은 절대값만 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AI와 일하면서 배운 것
여섯 주 동안 PRD 작성, 데이터 수집 파이프라인, 프론트엔드, SEO 최적화, 콘텐츠 제작까지 대부분을 AI와 함께 했다. 혼자였다면 이 규모를 몇 달 안에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진 게 있다.
AI는 "어떻게"를 매우 잘한다. 구조를 설계하고, 코드를 쓰고, 놓친 제약을 짚어준다. 내가 SEO 전문가가 아닌데도 hreflang, 구조화 데이터, 색인 전략 같은 걸 다룰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AI 덕분이다.
하지만 "무엇을"과 "왜"는 여전히 내 몫이다. 4만 페이지를 만들자는 결정도, 그게 실패했을 때 줄이자는 결정도 결국 내가 했다. AI는 양쪽 다 도와줄 수 있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 더. AI가 있어도 기다리는 시간은 줄지 않는다. 구글이 사이트를 재평가하는 데 6주가 걸린다면 그건 6주가 걸린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코드를 짜는 것도,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아니라 매일 검색 콘솔을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참는 일이었다.
지금
일 평균 방문자 30명 언저리다. 대부분 네이버에서 온다. 구글은 여전히 조용하다.
숫자로는 초라하다. 그런데 어제 누군가 "필리핀 면적 한국 비교"를 검색해서 들어왔다. 아마 필리핀 여행을 준비하다가, 혹은 뉴스를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도로에서 내가 못 찾았던 답을 찾았을 것이다.
그거면 충분한 것 같다.
WhatsThePop은 100개국의 정보를 자국과 비교해 보여주는 사이트입니다. 모든 차트는 임베드 코드로 블로그에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시리즈 이어보기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확인하세요↓

Tag1
Tag2
처음부터 끝까지 Claude Code로 웹사이트 배포하기: What's the Pop

UX
Canvas
줄글을 스토리보드로, AI 스토리보딩 툴

UX
SaaS
[reat video] 이미지 컨텐츠의 피드백 방식을 비디오에 이식하기

접근성
UX
iOS 26의 리퀴드 글래스, 고소당하지 않을까?

Design Thinking
Book summary
[DTPB2]페르소나 설정을 위한 팁과 메소드1

Design Thinking
Book summary
[DTPB1]Design Thinking을 위한 세 페르소나

UX
Social media
오디오 스트리밍에서 소셜 오디오 플랫폼으로

User Test
Web Service
프로모션 공유 플랫폼: 2단계 유저 테스트

UX
User Research
4. 인사이트: 가까이, 오래 보게하는 데이팅 앱

UX
User Research
3. 설문결과: 데이팅 앱이 무서운 사람들